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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본 칼럼

"금리·임대 수익자들은 굶어 죽도록 해야 한다"



위 기사 제목은 케인즈가 한 말이다. 저런 막말은 케인즈만 한 것이 아니다. 리카도는 "지주는 경제성장에 해로운 기생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 케인즈의 저 말은 거의 상식으로 통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금융업이 활발하기 시작했던 80년대 이후엔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통화가치 안정, 고금리 선호가 주요국가의 금융정책이 되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고용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안정적 성장을 중시하는, 즉 인플레이션이나 양적완화를 용인하는 것이 어느 정도 바람직하다는, 이를테면 온건론이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도 케인즈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크루그먼은 FT(파이낸셜 타임즈)나 BIS(국제결제은행) 등 금융 자본가의 입장을 가진 측이 채권자들의 이익을 위해 경제논리를 외면하고 채무자들을 '윤리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예를 들어 독일 등 채권국들이 그리스 등 채무국들을 게으르다고 비판하는 것처럼.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 장하준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장기불황에 접어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 지원과 고용 안정, 그리고 복지지출을 늘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고용안정·복지강화가 내수진작·성장동력의 힘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영국 등의 중앙은행들이 쓰고 있는 정책 틀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선제적 지침)는 실업률이 일정 수준까지 떨어져야 양적완화 축소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의 주장에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고 있고, 최근 임대 수익자들에 대한 과세를 더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대선 이전부터 복지 강화가 국가적인 화두가 되었다. 문제는 경제란 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저금리 정책의 해악에 대한 주장도 만만치 않다. 


평생 마르크스와 케인즈 이론의 대안을 모색했던, 그리고 '혁신'이라는 화두를 내놓았던 슘페터는 그의 1949년 강의 '인간적 요소와 우연적 요소: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무작위적인 우연적 요소를 알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우리의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불확정성의 원리'가 의미하는 바다. 다소 다르게 표현하자면, 사회결정론(이쌍진 주: 마르크스와 케인즈의 정태적 경제이론을 일컫는 표현)은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는 완전히 다른 비과학적인 신조 같은 것이다"


그리고 연설 마지막을 아래와 같이 마무리 했다.


"비록 이데올로기라는 장벽으로 인해 진보하는 것이 다소 느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없이 우리는 전진할 수 없을 것이다."


평생 케인즈의 이론을 정태적,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비판했던 슘페터가 말년에 내렸던 역설적인 결론이다. 경제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이데올로기적인 지침은 있어야 하고 지금 그 지침은 명확해 보인다.


※ 참고자료

<중앙일보> 2014년 3월 13일 기사

《조셉 슘페터, 혁신의 예언자: 우리가 경제학자 슘페터에게 오해하고 있었던 모든 것 토머스 매크로, 도서출판 글항아리 (2007-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