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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NYT의 영리한 경영권 방어



어제 한 중국인 기업가 (첸 광비아오, Chen Guangbiao)가 뉴욕타임즈 소유권을 매입하기 위해 신문사와 협상을 시작할 거라는 기사를 보았다. 짧은 기사에는 그 사람이 왜 뉴욕타임즈를 사려고 하는지 소개되기 않았지만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신문사 매입을 위해 약 1억 달러 (한화 1조원) 정도를 준비해뒀다고 하니,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발행 주식 총 싯가 기준으로 (2억 3천만 달러 정도)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50%정도까지 사들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첸 광비아오가 50%, 아니 100% 지분인 모든 거래 주식을 사들인다고 해도 뉴욕타임즈의 경영에 관해 누릴 수 있는 권한은 비교적 미미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주식회사의 상장 주식을 모두 사들여도 경영에는 간섭할 수 없다? 여기에는 백년을 넘어 고수하고 있는 뉴욕타임즈의 독특한 경영권 관리의 비법이 숨어있다.

 

1851년 창간된 뉴욕타임즈는 1896년 아돌프 옥스 (Adolf Ochs)가 인수한 이래 현재까지 옥스-슐츠버거 가문 재단 (Ochs-Sulzberger Family Trust)의 관리하에 있으며 이러한 체제는 1960년대 후반 뉴욕타임즈가 주식회사로 바뀐 이후에도 변화를 겪지 않았다. 뉴욕타임즈가 발행한 주식은 두 가지, A 클래스와 B 클래스, 로 구분되는데 이 중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은 A 클래스 뿐이고 시장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B 클래스 주식은 90% 이상이 옥스-슐츠버거 가문 재단의 소유로 되어 있다. 

 

B 클래스는 거래가 자유롭지 않은 주식이긴 해도 경영 참여에는 파격적인 권한이 부여받고 있는데, 이사회 이사 선임권의 7할이 이들 주주에게 있다는 것이다. 즉, 시장 거래 자체가 금지되어 있으니 액면가를 추정하기 힘든,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주식의 액면가치가 제로인 (오해는 마시길, 액면보다 실질가치가 더 중요하니까) 주식 소유자들에게 경영에 관한 거의 전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또 부유층 대부분의 주식 분배가 특정 가족 구성원의 개별 명의로 이루어 지는데 반해 뉴욕타임즈는 일부 (10% 미만)를 제외한 모든 B 클래스 주식이 8명이 공동 구성하고 있는 재단에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8명의 재단 대표는 몇년을 주기로 선출 된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매각이 기업의 궁극적 목표에 기여하지 않는 한 (B 클래스를) 매각할 수 없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들의 궁극적 목표,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저널리즘' 그 자체이다. 이윤이 있건 없건, 혹은 이윤의 크기가 크건 작건 관계없이 '건강한 저널리즘'을 만들고 지켜 내는 것이 뉴욕타임즈가 철통같은 경영권 방어를 유지해온 이유인 것이다. 혹자들은 신문매체의 전성기가 끝난 지금, 터무니 없이 줄어든 이익배당금 (연간 한화 2백억원 규모에서 현재 3-40억원 대)이 8명의 수호대를 무너뜨리게 될지 도 모른다고 의심하지만 뉴욕타임즈가 구축한 저널리즘의 성곽은 지난 118년 동안 견고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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