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목차>
-드리는 글
-무대 위에서의 서막
-천상의 서곡
-비극 제1부 (25개 소단락으로 구성)
-비극 제2부 (5막으로 구성)
아물거리는 모습들이여 너희들은 다시 다가오는구나.
그 옛날 한때 내 흐린 눈 앞에 나타났던 모습들이여.
이번에는 기어코 너희들을 붙잡아 볼 수 있을까?
......
괴테(1749~1832)의 걸작 <파우스트>는 위 아련한 구절로 시작한다. 괴테는 '드리는 글'을 1797년에 썼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그의 전 일생을 통해 쓴 작품이며, 1832년 2부를 마치고 곧 죽었다. 괴테는 실러(1959~1805)와 친했는데 실러의 요절에 깊이 상심하기도 했다. 그가 '드리는 글'을 쓰기 이틀 전에 실러에게 편지를 보내 다음과 같이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다.
"나는 극도에 달한 현재의 안절부절한 심정을 달래기 위해 나의 <파우스트>에 다시 손을 댈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파우스트 전부를 완성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인쇄된 것을 다시 풀어서, 이미 끝낸 부분과 구상한 것들을 정리하고 생각에만 그친 계획들을 한번 자세히 다듬어서 파우스트의 상당 부분을 한층 높은 단계로 옮기려고 합니다. 이제 파우스트를 다시 시작하게 되니 한결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실러는 괴테의 파우스트 초본을 보고 줄곧 그를 격려했다. 괴테는 실러에게 자신이 드디어 <파우스트>를 본격적으로 쓰겠다는 사실을 알렸던 것이다. 괴테는 '드리는 글'에서 자신의 '큰' 작업에 대한 부담감과 설레임을 드러내고 있다. '아물거리는 모습들'은 <파우스트>의 등장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적 형상을 잡아갈지에 대한 스스로의 호기심을 나타내는 것이고 '내 흐린 눈'은 괴테 자신이 아직 사물의 본질이나 성격을 명확하게 꿰뚫고 있지 못하다는 고백이다. '드리는 글'이라는 말은 실러를 비롯한 <파우스트> 초고를 보고 격려했던 친구들에게 헌정한다는 의미다.
<파우스트>는 근대 이후의 인간정신을 총체적으로 표현한 영원한 걸작이다. 앞으로 <파우스트> 관련 모든 것을 거론해보려는 나 자신도 마음이 설레인다. 괴테의 비서를 자처하며 괴테 말년 9년에 걸쳐 <괴테와의 대화>를 쓴 에커만은 자신의 책 머리말 시작에서 이런 고백을 했다.
"여기 한데 모은 괴테와 나눈 담론과 대화 글들은 대부분, 나에게 가치있고 특이하다고 생각된 체험을 반드시 글자로 옮겨 써서 나의 것으로 만들지 않고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나 자신의 타고난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사람들이 그리 드물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나폴레옹(1769~1821)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이 걸출한 인물과 작품에 대해 살펴보면 '현대의 비밀', '인생의 비밀'을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by 이기본. 20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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