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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본 칼럼

드러커와 《부의 기원》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이와사키 나츠미


피터 드러커(1909~2005)


<이코노미스트>의 경영 전문 편집자이자 '슘페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에이드리언 울드리지와 역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인 존 미클스웨이트가 쓴 《경영의 대가들 Masters of Management》란 책이 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경영의 구루 중의 구루라고 인정하는 피터 드러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경영을 이야기하면서 드러커를 피하긴 어렵다. 2010년에 일본에서 히트했던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라는 소설이 있는데, 오합지졸 삼류 야구단을 우승으로 이끌기 위해 십대 소녀가 피터 드러커의 1973년 명저 《매니지먼트 Management》를 읽고 경기에 적용한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안 그래도 일본 기업가들에게 존경받던 드러커의 책을 다시 엄청나게 팔리게 만들었다. 참고로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종종 언급했던 일본의 '린lean 생산방식'도 드러커와 무관하지 않다. 드러커의 영향력은 사후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일본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부의 기원》에릭 바인하커, 랜덤하우스, 2007

부의 기원은 '진화경제학' 책이다. 책의 제목도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나온 듯하다. 이 책의 주장은 기존 경제학의 전제조건을 대부분 부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튀는' 주장이 아니라 과거 몇 십년간 구축되어 왔던 '복잡계 경제학' 체계를 쉽고 재미있게 잘 설명하고 있다. 인류사에 조응하는 인류의 경제활동을 총점검하고 대안 경제학으로서 '진화경제학'을 제시한다. 이 책의 주요 주장은 '경제심리학', '행동경제학'과 더불어(둘 다 '진화경제학' 카테고리에 종속된다고도 할 수 있다.) 경제학의 주류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주류가 되었다고도...  

드러커와 《부의 기원》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21세기 초입인 지금이 '시대의 전환기'이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그간 자신의 책들을 통해 지금이 '지식 경제' 사회로의 전환기이며 그에 따른 '혁신'을 강조해왔다. '진화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기존 가치관, 정치체제, 경제구조는 다시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하고 지금이 그 시기다. 이 책과 함께 지난 100여 년 간 주류의 위치를 점했던 '신고전파 경제학'의 잘못된 전제를 살펴보면 그간 가졌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의문이 대부분 풀린다.

《피터 드러커 자서전》 피터 드러커, 이동현 역, 한국경제신문사, 2005

드러커 자서전의 원제목은 《Adventure of A bystander》, '관찰자 또는 구경꾼의 모험'이다. (난 드러커를 그의 책을 통해 관찰해왔다.) 버지니아 울프는 "난 나폴레옹의 생애보다 이름 없는 점원의 인생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지만 난 유명인의 생애가 더 흥미롭다. 
그는 20세기를 통틀어 살았는데(96살에 죽었다.), 그간 그가 만났던 또는 관찰했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아주 흥미롭다. 난 특히 드러커가 프로이트와 마르크스가 비과학적이었다고 평가했던 부분과 마샬 맥루안과 직접 교제했던 에피소드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성찰이 재미있었다. 
드러커는 '경영의 구루'일 뿐만 아니라 역사가 기억할만한 지성인이다. 그가 세계사를 관통하며 시대를 읽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난 전기문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최근 안데르센 평전과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을 읽었다. 그중 지금 소개하는 드러커의 자서전이 제일 재미있었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에릭 홉스봄의 자서전 《미완의 시대》보다도 여러 모로 더 매력적이었다. 

(by 이기본.  201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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