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기본 영화읽기

<대부> 보수적인 가족의 탄생


대부, 미국, 1972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말론 블랜도, 알 파치노

 

<대부>는 파격적인 영화다. 영화에서 깡패들이 주인공이 되는 걸 넘어서 그들의 가족사를 구체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깡패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나 작품들이 많지만 그 땐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봐도 그 깊이와 형식에 있어서 여타 비슷한 류의 다른 영화들이 따라가기 힘든 재미있고 디테일이 많은 잘 만든 영화다.

 

깡패들이 어떻게 관객들이 감정이입하는 '정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 마피아 패밀리의 수장이 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의 대의명분은 과연 무엇인가. 그건 바로 '가족을 위하여'. (한국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최민식이 하정우에게 명분없는 싸움을 종용하며 '가족을 위하여'보다 더 큰 명분이 어딨노?"라고 했지.) 그리고 '대부'라는 제도 자체가 가족 개념의 공고화, 확장의 의미를 가진다. 종종 이 영화를 순수하게 보지않고 '미국'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이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가족'과 관련이 있다.


 

대부 2, 미국, 1974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마이클 콜레오네는 '가족을 위하여' 매사에 무자비하고 냉혹하게 처신한다. 심지어는 가족을 위하여 가족을 죽인다. 매형도 죽이고 2편에선 친형(프레도)  죽인다. 다른 어떤 가치도 가족에 우선하지 않는다. 콜레오네 패밀리가 적으로 설정한 다른 패밀리와의 유일한 차별성은 마약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돈 콜레오네(말론 블랜도)는 당시로선 '미래산업'인 마약산업 동업제의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다른 패밀리의 공격을 받고 큰 아들 쏘니까지 잃는다이것은 미국이 대외적으로 가지고있고 가지려 노력하고 있는 허술한 대의명분에 대한 분명한 알레고리인 것 같다.

 

<대부>의 중심 가치관은 가부장제다. 비토 콜레오네의 유일한 딸인 코니는 가문의 상속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고 나중에 마이클에게 돈 좀 달라고 사정하고 재혼도 허락받고 해야한다. 그리고 마이클의 부인 케이(다이안 키튼)는 마이클의 냉혹한 깡패짓이 싫어서 아이를 인공유산 하는데, 마이클은 그 아이가 '아들이었냐'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대부 2편에서 프레도의 부인은 술에 취해 " 집안 놈들은 여자를 개같이 다뤄..." 라고 하며 술주정을 한다.

여기서 한국영화 <가족의 탄생>의 가족개념 확장과 비교할 거리가 생긴다. <가족의 탄생>에서는 '진보적인' 가족개념의 확장을 이야기 한다. 가부장제의 다른 이름은 '보수'. 그리고 그 보수적인 가치의 배경은 기독교다. <대부>에 깔려있는 종교적인 장치는 거기서 연유한 것이고 이 영화의 주제상 필연적이다.

 

대부 3, 미국, 1990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알 파치노, 앤디 가르시아

 

<대부> 전편을 통해 마이클은 자신의 깡패사업을 '합법화'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다 결국 3편에선 부패한 카톨릭 종교 시스템과도 대적한다결국 마이클이 너무나 사랑하는 딸을 잃고 외롭게 죽는다. 배제에 의한 가치 실현은 외로움을 낳는다. '보수적 가치'에 의한 '가족 근본주의' 자체가 배제를 말하는 것이고 그 배제는 결국 방법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1. 대부 2편에서 젊은 비토 콜레오네(로버트 드니로)가 클레멘자와 훔친 옷을 팔러 다니는데, 어떤 집 가정주부에게 성상납을 받고 옷을 파는 장면이 있었다이 장면은 결국 삭제됐는데너무 곁가지고 장황한 휴지부라는게 그 이유였다.

2. 1편에서 마이클이 시실리로 피신했을 때 결혼했던 현지처 아폴로니아가 마이클 대신 폭사한다그 범인은 마이클의 시실리 경호원 중 한 명인 배신자 파브리치오다. 그는 2편에서 복수를 당해 죽는다. 이 장면도 영화가  너무 길어져서 삭제되었다.


(by 이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