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본 칼럼

박정희의 미시경제학, 장개석의 거시경제학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27. 00:00


신고전학파가 주창한 미시경제학은 실물경제에서 거의 아무 것도 예측하지 못했다. 물론 GDP, 실업률 등 기초자료를 잘 산출하는 것도 경제에서 기초고 중요하니까 없어서는 안 될 학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가정의 차이에서 갈린다고도 할 수 있다. 미시경제학은 ‘과학적’인 경제학을 확립하기 위해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거시경제학은 인간은 다양한 속성과 예측 불가능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 인간의 본성에서 나타나는 ‘불확정성’에 대한 나름의 예측과 조정을 하려는데 중점을 둔다.

얼핏 보면 수학적인 듯 보이는 미시경제학이 더 과학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양면성을 가진 존재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사회적인 전통과 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을 파악할 때는 이성적인 면과 반이성적인 면 두 가지를 다 고려해야 하는데, 경험상 인간들의 주요활동의 원인과 결과인 ‘경제’의 핵심요소는 ‘시민사회’의 형성능력과 ‘사회적 자산’의 핵심인 ‘신뢰’다. 특정 사회와 국가를 한 가지 특성이나 경향만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그것이 경제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주요 이유다. 

한국의 급격한 경제발전은 박정희의 국가주도 경제정책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대만도 국영 부문의 비율이 매우 높았고 여전히 높다. 심지어 대만 정부는 모든 상업은행을 소유하고 있다. 그럼 대만과 한국의 차이는 무엇이었나. 장개석은 거시경제학에 따른 정책을 폈고 박정희는 미시경제학에 따른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박정희는 공공연하게 손문과 아타투르크, 나세르, 일본 명치시대 지도자 등 정치적 혁명가들을 귀감으로 삼았다. 박정희는 성격상 레닌 같은 사람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극좌와 극우는 곧바로 통한다.) 

박정희는 대기업을 근대화의 필수요소로 간주했다. (박정희 시절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가장 많았던 수퍼마켓의 이름은 ‘근대화 수퍼’ 였다.) 박정희는 공공연하게 ‘경제개혁을 촉진할 백만장자들’을 만들어 내고 그들이 ‘민족자본’을 축적해야 한다고 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장개석을 비롯한 대만의 경제계획 당국자들은 적절한 사회간접 자본과 급속한 성장에 걸맞는 거시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에 만족했다. 박정희는 미시경제적인 개입을 통해 특정 기업을 육성했다. 대만은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폈지만 박정희는 대재벌을 만들기 위해 그들에게 돈을 삽으로 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