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본 칼럼
[짧은 전기] 빅토르 위고
노유주
2015. 10. 31. 17:08
빅토르 위고(1802~1885)
위고는 총 9편의 소설을 썼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파리의 노트르담>과 <레 미제라블>이다. 하지만 그는 3000편이 넘는 시를 썼고 총 24권의 시집을 출판했으며 희곡, 수필 등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고 꾸준히 정치 글을 썼다.
그에 비해 빅토르 위고에 대한 개인적 전기나 평가 자료는 매우 빈약한 편이다. 그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정치적 야망이 컸는데, 그 때문에 그의 비평작업은 당파적으로 많은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당시 상류층 지식인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고 그가 썼던 많은 원고는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실지로 위고는 정치권력에 노골적인 집착을 보였고 종종 천박한 행태로 권력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로 다른 정권에서 세 차례 의원직을 지냈던 것만 봐도 그가 의심할 바 없는 '정치 철새'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발자크는 "위고의 두개골은 정신이상자의 것이며, 뛰어난 무명 시인이었던 그의 형도 정신 이상으로 죽었다"고 했고 르콩트 드릴은 그를 "히말라야처럼 어리석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위고는 드릴이 "그저 어리석을 뿐"이라고 대꾸했다.) 레옹 블루아는 위고를 "저능아 라마승"이라고 표현했고 위고가 죽기 직전엔 "그의 한심한 지적 노쇠, 추잡한 탐욕, 흉측한 자기중심주의, 지독한 위선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했다.
1887년 폴 스태퍼는 위고를 두고 "가장 위대한 프랑스 시인이자 투박한 웅변가이면서, 호소력 있는 대변인이자 수다쟁이이고 다재다능한 작가이지만 불완전한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1922년 트리스탕 르게는 시적 대구의 대가 위고가 정작 본인에 관해서는 한 가지 모르는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화려한 매너와 생각 없음"이라고 했다. 에밀 파게는 위고의 천재성에는 이의를 달지 않았지만 "평균적이고 평범한 성격이며(...) 그의 발상은 특정 시기에 누구나 했을 법한 생각이지만 항상 시대에 조금씩 뒤떨어졌다. (...) 그는 진부한 것을 다루는 대단한 무대감독이다."라고 평했다.
실지로 그의 정치행보는 일관성이나 도덕적 원칙, 지적 논리의 토대 없이 말만 앞선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그의 정치 관련 글과 웅변에는 알맹이가 없고 진부한 표현 뿐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으며, 크고 작게 정치적 입장을 바꾼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는 애정문제에서 특히 지저분했다. 그가 꾸준히 만났던 정부 쥘리에트 드루에 뿐 아니라 가정부 등과 종종 관계를 맺었고, 1844년엔 딸 뻘이었던 무명 화가의 아내(레오니)도 건드렸다. 그녀와 위고는 서로 사랑했지만 위고가 그녀에게 썼던 연애편지가 대부분 쥘리에트에게 썼던 편지를 자가 표절했다는 점이 씁쓸하다. 당시 위고는 사법부가 자신과 레오니의 관계를 너무 퍼뜨렸다고 분노했고 관련해서 사법부의 부당함을 공격하기 위해 <레 미제라블>을 쓰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발자크는 자신의 작품 <사촌 누이 배트>(1846)에서 위고의 이 사건을 비아냥댔다. 하지만 위고는 이 사건과 관련한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본처에게 "내가 정부도 마음대로 못 고르냐"며 큰 소리쳤고, 이후로도 가정부들과 계속 바람을 피웠고, 또 하던대로 꾸준히 매춘부를 찾았다.
위고에 대한 악평들은 대부분 근거가 있고 그 자신이 자초했던 것이다. 그는 종종 디킨스와 비교되는데 영국 작가 폴 존슨은 "디킨스는 작품과 생애를 알면 알수록 더 따뜻함이 느껴지는 인물인 반면에 위고는 알면 알수록 정 떨어지는 인물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위고의 저택을 방문한 적이 있고 위고를 직접 봤던 디킨스의 위고에 대한 평을 전한다.
"더없이 멋진 저택이며, 그 한가운데에 작고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한 사람이 있었다. (...) 무엇보다도 위고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실제로도 그랬지만 생김새도 천재 같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단히 흥미로웠다. 부인은 빛나는 검은 눈을 가진 준수한 외모의 여성이었는데, 기분에 따라 어느 때든 위고의 아침 식사에 독을 탈 듯한 인상이었다.(...)"
※ 참고 책
《창조자들》 폴 존슨, 황금가지, 2009
(by 이기본. 2015.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