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들의 근본적인 문제점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가 내란죄 혐의로 구속됐다.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의 ‘수준’에 한심함을 느끼는 사람은 나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의 한심함은 한국 특유의 지적 게으름 풍토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일찌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은 그의 야심작 《신기관(The New Organon)》에서 사람들이 ‘우상’에 사로잡혀 있음을 질타했다. 그의 질책은 현대 행동심리학을 통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함을 자랑하고 있다.
베이컨은 실험적 데이터로부터 유리된 이론은, 즉 검증되지 않은 이론은 실제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자연은(물론 인간과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논증보다 수십, 수백배나 더 미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세계에는 실제로 발견되는 것 이상의 질서와 정규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성향이 있다. 인간이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도 관련성을 찾아내고 음모를 추측하는 본성을 지닌, 패턴을 추구하는 영장류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위 (극)좌파들은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을 뿐더러 사회와 현실을 직면하지 않는다. 마르크스가 젊을 때 건강을 해쳐가며 탐독했던 헤겔과 리카르도의 책들을 제대로 읽고서 그러는 것이라면 시간의 치유를 기다리기도 할텐데 말이다. 물론 이석기와 마르크스를 함께 언급하는 것은 마르크스에게 엄청난 모욕이고, 또 국정원과 검찰의 행태도 이석기에 못지 않다.
언론인 마르크스는 당국의 탄압을 피해 독일에서 파리, 런던으로 옮겨다녔다. (그는 1849년 도버 해협을 건넌 뒤 죽을 때까지 런던에 살았다.) 1850년 마르크스는 황제 암살 모의 음모 건으로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공안당국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오스트리아 대사가 영국 정부에 정식으로 마르크스의 추방을 요청했다. 이에 영국 정부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우리 나라의 법률로서는 국왕 살해를 논의한 것만으로는 – 명백한 계획이 현실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 모의 참가자를 체포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조지 그레이(1812~1898), McLellan, p315)
한국의 공안당국은 실제 한국에서 일어나는 공안 사건 숫자에 비해 매우 비대한 조직이다. 조직 논리상 ’사건’을 만들어내야 예산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관료제를 통제할 수 있는 자유 국가의 헌법이 확립되지 않은 나라다. ‘정치’보다 ‘법’이 우선 확립되어야 한다. 물론 법질서 확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의식과 바로 연결되는 ’정치’다.
※ 참고 책
《부의 탄생(The Birth of Plenty)》(윌리엄 번스타인, 시아, 2012)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J.K. 갈브레이드, 홍익사, 1979년 5판)
위 두 책은 추천도서다. 경제사 관련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는 개괄서고 필독서라고도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는 닉슨 미국 대통령 말기에 영국 BBC 방송 프로그램을 위한 원고를 보완한 책이다.
(by 이기본. 201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