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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분노의 추적자> 인간은 비이성적 존재

노유주 2015. 11. 15. 18:21



<장고: 분노의 추적자> 인간은 비이성적 존재

 

장고: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미국, 165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크리스토프 왈츠케리 워싱턴 

 

타란티노 감독의 최근 영화 두 편은 참 뜬금없다. 지난 번 영화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은 나치를 물리치는 유대인 용병들에 관한 영화였다. 이번 영화는 미국 남북전쟁 직전 흑인노예들을 학대하는 백인들을 물리치는 영화다.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두 가지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뜬금없다는 것이다. 타란티노가 왜 이렇게 뻔한 소재를 다뤘을까

 

유대인 학살과 흑인노예 학대는 선악 구도가 뚜렷하다. 또 너무나 유명한 소재이기 때문에 새삼 영화에서 여러가지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뻔한 이야기를 비슷한 구성으로 되풀이하는 것이 장르영화라면 나치와 흑인노예 이야기는 '소재적인 장르영화'. 게다가 역시 타란티노는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단순한 스토리를 채용했다.

 

타란티노가 '장르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디테일'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서다. 그에게는 새로운 형식과 복잡한 스토리를 전개할 시간이 없다. (그의 걸작 <펄프 픽션> 1차 편집본 런닝타임이 7시간이었다.) 잔혹하고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펼치기에 바쁘고 무엇보다도 수다 떨기 바쁘다관객은 악당들이 응징당하는 것에서 통쾌함을, 디테일에서 유머를 즐기면 된다.

 

타란티노가 디테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결국 '예측불가의 인간 행태'를 보여주기 위해서다그리고 그것이 타란티노 영화의 재미다. 디테일에 매달리다 보면 인간 행태에서 어떤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결국 타란티노가 주장하는 진실은 '인간 행태는 예측불가'라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인간은 '비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코엔 형제 영화의 주제와 거의 같은 것인데, 타란티노 영화는 코엔 형제 영화의 블록버스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장고>의 디테일은 재밌다주인공 장고의 아내인 흑인노예 이름은 브륀힐데다. 이전 브륀힐데의 주인이 독일계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륀힐데는 독일어를 할 줄 안다슐츠(크리스토퍼 왈츠)는 치과 의사 출신 총잡이고 커다란 이빨 모형이 달린 마차를 타고 다닌다악독한 백인 농장주인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기 노예 중 한 명의 이름을 '달타냥'이라고 지었다. 노예제도를 혐오하는 슐츠는 유럽적인 교양을 바탕으로 캔디의 겉멋 든 작명을 혐오한다. 무엇보다 하얀 복면을 쓰고 출동하는 KKK단이 머리에 잘 맞지 않는 복면 때문에 갈등을 빚는 장면이 제일 웃겼다.

 

<장고>의 클라이맥스는 슐츠와 캔디가 자존심 대결을 하는 씬이다. 악수를 하느냐마느냐는 사소한 감정 싸움이 결국 두 사람을 파멸시킨다인간은 결코 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바스터즈>의 경우는 지하 술집 장면이다.) 


(by 이기본. 2015.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