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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도 실력이라고?

반항아 2014. 6. 18. 05:02

어제 있었던 미국과 가나의 경기 후, 뉴욕타임즈는 'Where Dishonesty is Best Policy, U.S. Soccer Falls Short (반칙이 최고 전술이라면, 미국팀의 실력은 한참 부족하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적절한 반칙이 영묘한 전술의 하나로 받아들여기지 일쑤인 축구경기에서 미국의 스포츠맨쉽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기사에는 수백 건의 찬반댓글이 달렸다. 월드컵 특수인지 신통챦은 인기를 얻고있는 축구에 관한 칼럼치고는 제법 여론의 관심을 끄는 기사였다. 


미국의 스포츠맨쉽이 대단해서 선수들이 반칙 (주요 촛점이 되는 행동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헐리웃 액션'성 반칙) 을 주저하는 하리라는 추론은 그닥 설득력이 없고 관심도 없다. 오히려 누가 언제 얼마나 반칙을 하느냐에 관한 뉴요커의 짧은 기사가 흥미롭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 (University of Sheffield) 의 심리학자 크리스 스트라이드(Chris Stride)는 축구 경기에서 일어나는 반칙들을 관찰하기 위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열린 63 경기를 연구재료로 삼았다. 축구 경기에서 공식적인 룰에 따른 반칙은 그 범위가 너무 광대하므로 스트라이드의 연구는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밀치기나 잡아당기기, 오프사이드, 시간끌기등의 반칙들은 관찰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 중에 전술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범하는 반칙 (심판에서 들켰거나 들키지 않았거나 관계없이)들에 집중했다. 스트라이드에 의해 관찰된 반칙들을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었는데, 'professional foul (전략적 반칙)'과 'simulation cheating(위장 반칙)'이 그것이다. 

 

전략적 반칙의 대표적인 경우는 역습을 당해 공격수가 자기 진영으로 급하게 넘어 오는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공격수를 뒤에서 잡아 끌거나 태끌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수비수가 하는 반칙이고, 위장 반칙은 가벼운 몸싸움 중에 (때론 아예 부딫히지도 않았는데도) 한 선수가 비명을 지르면서 운동장에 넘어지는 등의 행동이다. 지난 주 개막전에서 브라질은 이 비슷한 방법으로 역전골을 얻었다. 

 

스트라이드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64경기중 찾아낸 반칙 중 이 두가지 중에 하나인 경우는 모두 390회로 경기당 평균 6회 정도였다. 390회 중에 75%정도가 전략적 반칙이었고, 이 반칙 중에 심판에게 저지된 경우는 87%. 나머지 25% 위장반칙은 대부분 심판의 눈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전략적 반칙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경기 평균 3.5회를 기록한 브라질, 위장 반칙을 많이 한 나라는 포르투갈, 칠레, 이탈리아 공동 1위로 경기당 평균 2회였다고 한다. 굳이 스트라이드의 연구를 참고하지 않아도 두 가지 유형의 반칙을 대하는 축구팬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전략적 반칙이 대부분의 축구팬들에게 인정되고 옹호되는 반면 위장 반칙은 설사 응원하는 팀에 유익함을 불러왔다 하더라도 광범위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겨서 살아남기 위해서 쓰는 수단도 때론 품위를 갖출 필요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