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시련의 크림반도

반항아 2014. 3. 1. 08:17



서방파와 러시아파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28일 크림자치공화국에 위치한 공항 두곳이 정체성이 확인되지 않는 무장 군인들에 의해 점거되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이를 러시아에 의한 무력 침공이라며 비난했는데 크림반도는 러시아 흑해 해군 함대가 위치한 군사 요충지대이다.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전쟁과 전쟁 속에 패주하는 무인들이나 제후에 의해 점거되기 일쑤였는데 그리스, 훈족, 러시아, 비잔틴제국, 오스만 투르크, 타타르, 몽골 외에도 수많은 제국과 이방인들이 크림반도를 지배했거나 점거한 적이 있다고 하니 수천년 시련의 역사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잘 알려진 오스만 제국과 러시아 제국의 크림전쟁은 이 후, 유럽열강의 권력구도를 바꾼 계기도 되었지만 75만명의 사망자를 낸 잔혹한 전쟁이기도 했다. 

 

열강의 이해가 충돌하는 크림반도는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군사, 정치적 긴장을 가장 예민하게 드러내는 곳이기도 한데 가까운 예로 1992년 소비에트 연합의 몰락 당시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분쟁을 점화하기도 했었다. 그 결과 크림반도는 현재와 같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은 자치 공화국이 되었던 것. 본래 크림반도의 소유는 러시아 제국에 있었는데 1954년 후루시초프 대통령이 우호를 강화하는 의미에서 우크라이나에 선물로 넘긴 땅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크림반도의 주민의 과반수 이상이 (60% 정도) 친러시아계이며 지난 3개월여 동안 키에프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마땅챦게 여겨왔던 것이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은 이미 2010년에 가시화되기 시작했는데 퇴출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서명한 우크라이나-러시아 해군기지 임대 조약 연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 조약에 반발했던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파는 서방과의 FTA를 성사시킴으로써 우크라이나 내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지만,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크림반도의 해군 기지는 동유럽에서 그들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며 이미 60% 이상 거주민을 형성하고 있는 러시아계의 강력한 지지또한 받고있다. 크림반도에서 불고 있는 갈등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