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MBO,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총질 하던 곳이지만 이젠 옛말
지난 몇년 사이 브룩클린(Brooklyn)은 '쿨'한 사람들이 사는'핫'한 동네로 조용히도 명성을 쌓아 올렸다. 예전부터 이름이 알려졌던 브룩클린 하이츠 (Heights)는 물론이려니와 이스트 리버를 맨하탄 건너에서 마주 보고 있는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나 '그린포인트(Green Point)'등의 동네 이름들이 유행을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 명소가 된 지 오래이고, 새로 편집되어 나오는 뉴욕 여행 가이드 책자에는 판에 박힌 맨하탄보다 새로 뜨는 브룩클린에서 색다른 여행을 해보라는 조언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브룩클린
언젠가 브룩클린 출신이 꾸리는 한 블로그에서 자기가 자란 곳은 '공터에서 언제나 폐차 타이어와 고물을 태우는 불길이 타올랐고, 이웃 골목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총성이 울린대도 별로 놀라울 것 없는 동네' 였다고 회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어린시절은 1990년대 였으니까 2~30여년 동안 브룩클린은 히피와 홈리스, 가난한 예술가의 거리에서 여피와 부동산 개발업자가 트렌드를 쫓는 거리로 변신한 것이다.
어디 브룩클린 뿐이겠는가? 이젠 패션잡지에서 뉴욕 유행의 대명사같이 쓰여지는 소호(SOHO)나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 트라이베카(Tribeca) 등의 동네들도 한 때는 버려둔 공장, 폐상가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의 천덕꾸러기 지역이었다. 지금은 로프트(Loft, 혹은 Loft Apartment)를 대단히 럭셔리한 뉴욕식 주거형태로 생각하지만, 그 시작은 비싼 임대비를 부담할 수 없었던 예술가들이 주거용으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건물에 간이 수도와 화장실을 설치하여 마련한 창고방을 그들의 작업실겸 보금자리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예술과 트렌드라는 이미지를 덮어 쓰게 된 데에는 사실상 가난한 예술가들의 험난했던 도시 생존기에 빚지고 있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예술가들은 폐공장에 색을 입히고, 빛을 들여 오고, 온기를 입혔다. 이들이 하나, 둘씩 모이면서 건너 편 월 스트리트에 사는 늑대들이나, 맨하탄에 작은 유럽을 옮겨와 오수를 즐기는 파크 에비뉴의 귀족들과는 사뭇 다른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냈다. 자유와 가난으로 빚어 낸 커뮤니티였지만 시와 노래가 흐르고, 세상의 온갖 독특한 실험이 이루어 지는 예술가들의 거리는 곧 월스트리트 파이넨셔들도 파크에비뉴 귀족들도 부러워 몸살을 하는 뉴욕 문화의 심장이 된다. 그리고 이 부러움은 예술가들에게 '임대료 인상!'이라는 독화살로 돌아 왔다.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제목이 오죽하면 '월세!'
폐공장일 때는 가치를 몰랐던 건물주들이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손을 잡고 예술가들의 로프트를 인정사정없이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스트 빌리지에 첫 고급아파트로 알려진 한 건물은 구입 가격이 불과 6만 달러였는데 몇 번 개발업자의 손을 거친 후, 소위 현대식 아파트로 탈 바꿈한 뒤에 한 채당 평균 가격이 12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려 나가기도 했다니, 건물주들은 어떻게든 세입자들을 쫓아 내기 위해 더욱 무자비해질밖에. 폐공장에 '가치'를 입힌 것은 예술가들이었지만 그 가치가 만들어 낸 경제적 이득은 오롯이 건물주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소호나 이스트 빌리지에서 밀려난 예술가들은 강을 건너 윌리엄스버그에 자리를 잡았고, 마법의 손들이 윌리엄스버그를 다시 문화의 메카로 변신시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반드시 '임대로인상'이 따라 붙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탐욕의 혀를 낼름 거리면서 그들의 주변을 쉬지않고 어슬렁 거렸다. 2000년에 초, 이미 맨하탄이나, 윌리엄스버그 어디에서도 마땅한 월세를 구할 수 없던 일군의 예술가들이 레드 훅 (Red Hook, 맨하탄에서 남동쪽방향)이라고 불리는 브룩클린 폐창고 지역으로 들어 와 살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최근 들어 월세가 폭등한 지역이며 고급 주택단지의 건설이 예고된 지역이다. 오늘 신문을 보니 옛날 가방공장에서 로프트를 만들어 살고 있던 예술가들이 10여년간 자신들이 가꾸고, 꾸민 건물에 계속해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고 전해진다. 절대로 세입자들에게 쉬운 싸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싸움을 하려고 하는 그들을 응원한다. 뉴욕을 뉴욕답게 혹은 그 이상의 무엇으로 만드는데에 누군가의 공이 있다면, 그건 철새처럼 좀 더 싼 월세를 찾아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던 수 많은 예술가들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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